편지

제목 동료들과 와이프에게 쓰는 2017년 마지막 편지라기보다는 넋두리 - 2017년 12월 30일
작성자 이주환

한 해를 열흘 정도 남겨놓고 일주일동안 하는 작업이 하나 있다.

퇴근시간이 지나고 동료들이 사무실에 거의 없을 무렵 단 한 장의 엑셀시트를 화면위에 올려 놓는다.

방향키만을 만지작거리면서 자료를 보다 정신이 번쩍 들면 두 세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가끔은 자정을 훨씬 넘긴다.


그 엑셀시트는 동료들에게 책정했던 연봉, 휴가비, 차량관련 지원비, 고생한 야근수당과 휴일수당 등의 합과 지난 년도들의 데이터들이다. 이를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정말이지 만감이 교차한다.

모든 동료들의 숫자가 거의 외워질 즈음,

그러니까 그 숫자들과 사투를 벌이고 난 다음,

난 동료들에게 단 두가지의 느낌만 남아있게 된다.


첫 번째가 감사함이고, 두 번째가 미안함이다.


이 두가지의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 동료들 한 사람 한 사람들이 나와 보이지 않는 어떤 실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번 년도는 나와 스물일곱명의 동료들. 그러니까 1 : 27


그 연결된 상태에서 조금 벌어들인 이익을 가지고 빌려 쓴 돈을 위해, 미래를 위해, 갑작스럽게 쓰여질 경비 등등등을 위해 덜어내고 덜어내고 덜어내면 그 남은 금액을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서 나누는 작업이 시작된다. 이익이 나면 이 작업을 하는 것이니, 이는 인센티브가 아니라 보너스 또는 특별상여가 적절한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영업, 엔지니어 그리고 관리의 각 역할에 따라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 아직 나는 잘 모른다. 이익이 많이 난 부서와 그렇지 못한 부서에 속한 엔지니어는 어떻게 분배를 해야 좋을지, 회사가 가진 총판권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는 유통영업과 회사에서 서포트해 줄 부분이 그리 많지 않은 가운데 고객사영업을 하는 동료들을 어떻게 배분해야 조화로울지 사실 감도 잡히지 않는다.

공정성이 과해서도 안되고, 개별화가 과해서도 안된다.

안되는 것만 생각이 나고, 되는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 참혹한 무지함과 답답함 가운데 이렇게 저렇게 나누는 작업을 하고나면, 난 동료들에게 단 두가지의 느낌만이 남아있게 된다.


첫 번째가 미안함이고, 두 번째가 감사함이다.


그렇게 결정이 되어 지급이 되고나면 두려움이 엄습하고, 그 미안하고 감사한 동료들로부터 피하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첫 번째로 나와 연결된 그 스물일곱 가닥 줄의 흔들림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외면으로 보여지는 감사함 뒤에 있을 내면의 아쉬움의 파장, 억울함의 파장, 의욕 안생김의 파장, 당연함의 파장, 남들과 비교의 파장, 받는만큼만 일한다의 파장, 다른 회사 알아본다의 파장, 대리달면 나간다의 파장 등등이 요동을 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나의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 줄이 끊어지는 경험이 있은 후로는 더욱 위축되는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나에겐 아직 명확한 논리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동료들 중 한 명이 나에게 책정이유를 묻는다면 우왕좌왕할 것이 눈에 보인다.


아직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결정적인 반증이다.

2009년 6월에 회사가 설립되었으니 이틀이 지나면 년수로 그러니까 어거지로 10년이 된다.

시스템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무지한 나에게는 어떤 운이 작용하는 것인지...

지금껏 자기시간을 희생하고 자기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희생하고 한결을 지켜준 동료들이 고맙기만 하다.


 




 



 

송년회에 몇몇 동료들에게 상을 준비했다. 모두에게 주고 싶었고, 또 모두가 받기에 충분했다.

내가 움켜쥐고 싶은 마음이 과했을 뿐.



 


 


지금도 못내 아쉬운 것이 있다면 아침에 야채와 과일을 세제로 씻는 걸 내가 보고 그래도 괜찮냐고 물어본 이후로 베이킹소다로 씻어내고, 감자 고구마 브로컬리 아스파라거스 계란 등을 삶아내서 아침을 준비해주는 박수지대리와 김화영차장에게 무언가를 해주지 못한 것이다. 지금와서 정말 후회가 된다. 사장 잘못 만난 상 정도 되겠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진심을 다 담아서 머리숙여 동료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나의 변덕과 까탈스러움을 감내한 와이프에게도 이 세상의 모든 사랑을 담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단기 4350년 마지막 바로 전날 SRT를 타고 부산을 내려가면서

이주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