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한결에스피라는 회사에서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이주환입니다.
저희만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엔 잠도 안 오고 그러네요. 특히 일요일 밤은 누웠다가 월요일 늦은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은 적이 있어 이러면 안되겠다 싶더군요. 어제도 여러가지 잡념이 떠오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난 회사일 말고 잘하는 게 뭐가 있을까?" 좀 당황스럽더군요.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뭔가를 써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 책을 뒤적거리게 되고, 그러다가 맘에 와 닿는 글이 있어 한 번 적어 봤습니다.
<희망잡기>
요즘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깃거리 중의 하나가 그 친구 회사 그만두고 요새 무엇 한다더라이다. 듣다 보면 곧 이야기는 "밑천이 얼마래?"라는 구체적인 질문들로 이어진다. 물어보는 친구나 답을 하는 친구 모두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친구 이야기에 귀가 솔깃한 표정들이다. 몇 해 전 한 친구가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돌연 장어 양식업에 뛰어들었을 때에도 우리는 걱정 반, 부러움 반으로 그 친구 이야기로 술을 기울였었다.
"경기가 좋지 않아 뭘 하든 힘들 거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내심 걱정되기도 했지. 주변 사람들은 왜 그 편한 직장을 그만두고 나오느냐며 하나같이 위로 반, 근심 반으로 대하더라고. 그래도 나이가 들면 나중엔 더 할 일이 없겠다 싶어 마음을 굳혔지. 자식들 결혼 시킬 때까지는 내가 벌어야 하잖아. 이거라고 쉬운 일이겠어? 지금이야 자리를 잡았지만 몇 번 빚도 지고, 쉽지 않았어도 끝까지 붙들었지. 인생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악착같이 매달릴 수밖에."
얼마 전 장어 양식을 하고 있는 그 친구를 찾아간 적이 있다. 오랜만에 잡아본 친구의 손에서는 비릿한 물 냄새가 풍겼다.
친구는 몇 차례 빚을 지고 양식장을 남의 손에 넘길 뻔도 했지만 지금은 다행히 자리를 잡았다며 소주를 샀다. 먹고 살만은 해라고 말하는 친구의 얼굴에서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늪에 빠진 상태라 해도 희망을 놓지 않으면 돼. 원래 인생이란 게 질퍼덕거리는 거지, 뭐 별 거 있을라고. 때론 남이 뿌린 구정물을 뒤집어쓰기도 하고, 목까지 쓴 물이 차올라 숨 막혀 죽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버티다 보니 어느새 늪을 빠져 나와 있더라고. 그런게 사는 거지. 회사 다닐 땐 몰랐는데 이제는 세상이 다르게 보여."
어려움을 딛고 이제는 제대로 뿌리를 내린 친구는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장어라는 희망을 매일 움켜쥔다고 했다.
"장어는 미끄러워 맨손으로 좀체 잡을 수 없어. 쥐면 쥘수록 쏙쏙 빠져 나가는 게 꼭 기회란 놈 같기도 하고, 아무리 벌어 제켜도 쏙쏙 빠져나가는 돈 같기도 하고. 요걸 어떻게 잡으면 되는 줄 알아? 모가지부터 꽉 움켜잡는 거지. 요놈, 달아나지 말거라. 이렇게 소리치면서 말이야."
아무리 미끄러운 장어라도 목을 쥐면 꼼짝하지 못한다고 친구는 말한다. 꿈에서 잡기 어려운 장어나 미꾸라지를 많이 잡으면 어려운 목표를 달성한다는 암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기다리던 일이 잘 풀린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에서 장어보다 잡기 어렵게 느껴지는 기회와 희망이라는 놈도 맥을 제대로 알고 움켜쥐면 쉽게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아, 내 손에 꽉 잡혀라."
이 책은 개인적으로는 서재에 둘 만큼은 아니다 싶기도 하고, 뭐 와이프한테 나 힘들다고 시위하는 것 같기도 해서 ebook로 구매를 한 책입니다. 책 제목은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 또한 아빠가 되어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저의 아버지 또한 생각나면서 눈가가 붉어지기도 하더군요. "아버지는 돌아가신 후에야 보고 싶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는가보다."라는 구절을 읽었을 때 왜 그렇게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그렁거리던지...
오늘 제법 날씨가 쌀쌀합니다. 아직 겨울 같은 느낌이라 “벌써 분기말이구나.”하는 생각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네요. ^^
내일 아침 따뜻한 차와 함께 창 밖을 보면서 우리들의 아버지를 한 번 불러보면 좋은 파장 위에 있을 듯 합니다.
저는 아빠의 청춘을 흥얼거리면서 집으로 향해야겠습니다. ^^
…fin
단기 4343년 음력 2월14일 이주환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