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한결에스피 이주환입니다.
한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러웠던 시기여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름 순수한(?) 의도로 쓰고자 했던 메일이 어떤 의도를 담은 글이 되어버려 몇 번을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그리 되었습니다.
제가 겪는 힘든 시기를 무엇엔가에 빗대어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이 싫었나 봅니다. ^^
지지난 주 금요일 새벽에 누군가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저희 아버님 돌아가셨습니다. 오전에 다시 문자드릴께요."
그날 오전에 저는 차를 몰고 전라도 광주로 내려가서 누군가의 아버님 영전사진을 보면서 그 가족분들의 슬픔을 제가 가져 올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짊어지고 왔습니다.
얼마전 저희 아버지도 수술을 하셨습니다. 그리 대단한 수술을 아니었지만 척추마취를 하셔야 해서 14시간 이상을 꼬박 누워 계셔야 했습니다.
그날 저는 처음으로 아버지를 씻겨 드렸습니다.
46키로그램... 아버지의 몸무게...
자신의 몸을 막내에게 맡겼을 때의 아버지의 마음...
아버지의 46키로그램이라는 가벼움이 왜 그렇게 감당해내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움으로 다가오던지요.
그냥 죄스러워지고 눈물이 약간 글썽여지면서 입에서는 자꾸 허튼 말이 나왔습니다.
아들 : "아부지꺼가 제꺼보다 힘이 좋게 생겼어요. 그래서 아부지는 자식을 네명봤고, 저는 세명밖에 못봤나봐요."
아부지 : 움찔하시면서 얼굴이 발그레... 1분동안 침묵...
아들 : 1분동안 아부지와 같이 침묵후 "아부지, 이북에서 내려오시기 전에 이미 한 번 결혼하신거 아니에요? ㅎㅎ"
아부지 : 내가 저걸 왜 낳았을까 하는 눈빛으로 아들을 지긋이 바라봄. 물론 깊은 한숨과 함께...
아들 : "아부지, 옛날에 기생들한테 인기 좋았을거 같..."
아부지 : 드디어 아들의 말을 끊으며 단호한 어투로 말씀하심 "조용히 하라우"
감당해내기 힘든 무거움을 한 줌의 콩가루로 승화시켜 애써 외면했습니다. ㅡㅡ;
그리곤 80이 넘은 아버지와 40이 넘은 아들은 기생집 얘기를 하면서 부자지간의 정을 더욱 돈독히 함과 동시에 서로의 약점을 잡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아버지의 초라한 몸매는 가슴 한켠에 무겁게 그리고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우리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계시듯 우리들의 아버지 또한 영원히 살아 계시는 것 같습니다.
전화 한 번 드려야 겠습니다. 지금 만져 볼 수 없는 아버지한테는 전화를 걸 듯 기도 한 번...^^
다음 주 초까지는 장인어른 칠순을 기념하여 여행을 떠나 자리를 비우게 됩니다.
직원들이 사뭇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 엄습하는 것은 왜일까요...ㅡㅡ;
다음 주 수요일 이후에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Q2에 예상되는 매출부진을 눈이 부실 정도의 생기넘치는 푸르름으로 이겨내시길...
...fin
단기 4344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 다음날
이주환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