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가족 여러분,
다시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새해 다짐을 두 번이나 할 수 있는 좋은 나라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ㅎㅎ
한결이 만들어지고 처음 맞는 설 명절이네요. ^^
의미를 담는 것은 참 기분 좋은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저는 제가 아는 선배의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그 선배의 부모님이나 친척이 아니라 선배가 운명을 달리했죠. 저보다 한 살 더 많으니까 마흔 두 살에 죽었습니다. 그 선배는 아버님을 일찍 여의셨고, 여동생도 몇 년 전에 운명을 달리 했으며, 어머님 또한 몇 해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였고 친척도 거의 없어 상주가 사촌동생이었습니다.
선배는 머리가 무척 비상했었습니다.광고연구회를 만들어 후배들이 방송 쪽으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을 제공했었습니다. 선배 자신도 KBS에 있었죠. 그런데 가족을 모두 잃어서였는지 술을 좋아했던 선배는 술로 살아갔었나 봅니다. 말보로 레드도 무척 좋아했었죠. 그래서였는지 가는 길에 술도 많이 마시고 담배도 많이 피우라고 영정사진 밑엔 소주병이 그리고 향 대신 담배가 타고 있더군요. 동아리 선후배들은 가족이 없었던 선배의 유골을 뿌려야 할지 묻어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가 결국 한 그루의 나무 밑에 묻어주는 수목장으로 결정했죠.
동생의 유골이 뿌려진 곳을 아는 사람이 없어서 같은 곳에 뿌릴 수도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아직 세상에 남아 그와 인연의 끈을 쉽게 놓을 수 없는 자들은 정말이지 슬플 수 밖에 없습니다.
그날 저는 집에 들어와 어느 책을 뒤적였습니다.
“아플 때, 실직했을 때, 눈물이 핑 돌 때…
한 사람만 옆에 있어 주면 된다.
사는 게 힘들어도, 삶이 때로 나를 내쳐도,
나를 꽉 껴안아줄… 가족만 있으면 된다.”
자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나 큰 대자로 널브러져 자고 있는 자식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날 저는 왜 그렇게 눈물이 멈추질 않던지…
저는 문득 행복이라는 것의 모습은 대기 중에 있는 미세한 세포들과 같은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보려고 하면 현미경으로 보아야 하고, 현미경으로 보아도 아주 부분만을 보기 때문에 별 감흥이 없을 수 밖에 없는 그런 모습…
그것은 항상 우리 곁에 마치 공기처럼 있어서 느껴야 하는 것이지 보려고 애를 쓰면 더욱 보이지 않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날 만큼은 제 눈이 현미경이 된 듯 모든 것이 명료하게 보였습니다. (비록 바로 담배를 물긴 했지만요. ^^;)
올 해 여러분 가정에 이미 가지고 계신 행복을 충분히 느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의 조그만 소망이 있다면 서두에 이미 말씀 드린 바와 같이 한결은 가족이기를 소망합니다.
또 하나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셔서 갓 구운 배달된 스물 네 시간에 감사하시길…
단기4343년 또 한번의 새해에 즈음하여
이주환 올림
